‘열쇠는 2028대입개편’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부 당정까지 나서 몰아가는 '킬러 문항 배제' 등 수능 손질이 과연 사상 최대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까. 업계 한 전문가는 " 수능 손질을 하는 것으로 사교육을 잡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현재 사상 최대 사교육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 방어용으로 시작한 정시 확대가 가장 크다고 본다. 이어 수학한 줄 세우기의 통합형 수능 폐해와 날로 커진 의대열풍이 한 몫했다. 물론 여기에 2028대입개편을 현재 수능 중심으로 끌고 갈 듯이 현상 유지론을 편 이주호장관의 그릇된 신호까지 더해져 사상 최대 사교육을 만들었다. 결국 수능변별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용두사미식 접근 때문에 전체 수험생에 대한 혼란만 키울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너무 비대해진 정시를 줄인다는 신호를 2028대입개편을 통해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고3뿐 아니라 초등학생 유치원까지 반응하는 전체 수요자들을 겨냥한 제대로 된 사교육 대책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19일 열린 당정협의회를 비롯해 정부에서는 여전히 ‘킬러 문항 배제’ 등 수능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1학년 정부의 EBS 연계율 70% 인상부터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등 수능을 직접 겨냥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매번 그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수능의 변별력을 건드린다고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교육부는 6월 중으로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교육확대의 본질적 원인이 정시확대를 비롯한 구조적 문제임이 드러난 이상 별다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대책의 ‘키’는 2028대입개편이 쥐고 있다고 분석한다. 구조적 문제는 구조 개편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은 대책을 마련한다고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입 구조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 전반을 건드려야 하는데 2028대입개편까지는 4년예고제탓에 구조를 크게 바꾸지 못한다. 결국 키는 2028대입개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입김 센 대통령이 ‘수능’에 초점을 맞추면서 방향성이 어긋났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문 참모가 없는 대통령실이 뭣모르고 뱉은 발언에 교육계 혼란만 던져줬다는 것. 또 다른 전문가는 “계속된 수능에 대한 언급은 2028까지 수능위주로 끌고 가겠다는 사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시40%를 바로잡아야 역대최대 사교육비 해결부터 고교학점제에 걸맞는 체제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은 수능에만 핀을 맞추고 있어 방향부터 잘못됐다. 공정한 수능이 아닌 2028대입개편에 초점을 두고 수능이 아닌 정시 구조를 건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시확대 등 대입구조 언급 없이 엉뚱한 수능 때리기>
이날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국회에서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를갖고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 킬러문항은 시험의 변별도를 높이는 쉬운 방법이나,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앞으로 ‘공정한 수능’ 평가가 되도록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재확인 된 셈이다. 이 장관 역시 “그간 논란이 돼 온,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고 킬러 문항을 직접 저격했다.
문제는 여전히 대입 구조가 아닌 수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계는 사교육비 폭증의 근본 원인으로 지난 문 정부의 대표적인 뒤집기 정책인 정시 확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계속되는 정책 뒤집기에 통합수능의 문이과 유불리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대 사교육비는 물론 N수생 확대, 의대 쏠림 문제를 증폭시킨 결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 요인인 정시확대에 대한 논의를 배재한 채 계속 수능얘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난주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에 이어 이번엔 당까지 나서서 삽질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수능’에 초점을 맞춰버리면서 이미 방향성이 틀렸다. 사교육 대책의 키는 2028대입개편에 있다. 구조적인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 하지만 계속되는 수능에 대한 언급은 2028까지 수능을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시장에 정시 축소 등의 사인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킬러문항 배제가 사교육 대책? ‘수능으로 사교육 경감 효과 없어’>
정부에서 강조하는 사교육 대책은 ‘공정한 수능’이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킬러문항 배제다. 이미 대통령이 9월모평과 수능에서 비문학/교과 융합형 문제 등 복잡한 킬러 문항을 빼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오는 9월6일 치러질 9월모평부터 킬러문항이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교육비 대책의 일환으로 나왔음에도 그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그간 이뤄진 '수능 손보기'식 해결책이 그렇다할 사교육 감소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1학년 EBS 직접연계율 70%는 일시적인 효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2013년부터 다시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8학년에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을 시도했으나 되려 절평 도입 이후인 2018년부터 사교육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쉬운 수능'을 야기하는 킬러문항 배제 조치가 되려 또다른 사교육비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실상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역할이던 킬러문항이 준킬러문항으로 대체되면서 되려 중상위권 학생들은 한문제라도 더 맞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등이다. 또는 학생부 등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또다른 사교육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장 불안감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임도 경계해야 한다. 전 정부에서도 툭하면 바뀌는 입시제도에 불안해진 부모들이 학원의 공포 마케팅에 지갑을 열면서 사교육 열풍이 이어졌기 때문.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수능을 150일 앞두고 혼란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대입 국장 경질 이어 평가원장 사임.. 여전한 엇박자 ‘교육부 전면 손질 시동’>
그간 대통령실, 이주호 장관, 교육부의 엇박자가 뚜렷했으나 이번 일을 기점으로 대통령실과 이 장관이 교육부에 칼을 뽑아 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까지 6월모평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질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물론 평가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라 사퇴를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오전까지도 교육부와 이 장관, 대통령실의 엇박자는 이어졌다. 9월모평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 불안감이 커지자 이날 오전6시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9월모평은 2024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며 9월모평이 현재 논란되고 있는 수능 난이도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9시경 대통령이 오는 9월모평과 수능부터 비문학, 교과 융합형 문제 등 복잡한 킬러문항을 빼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킬러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원인’이라며 킬러문항을 저격했다. 사실상 대통령과 이 장관 모두 ‘킬러 문항’ 출제를 겨냥하면서 9월모평부터 구체적인 출제 방향을 공언한 셈이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부총리가 15일 업무보고 때 교육부대입국장을 경질했다고 보고하면서 교육부와 평가원이 복지부동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윤 대통령과 함께 공유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장관은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서 (대입)국장을 경질했다"고 보고하고, 6월모평에 대해 "평가원이 (킬러 문항 대신) 출제 기법을 더 정성들여 해달라고 주문했음에도 안 움직인다"고 윤 대통령에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대통령실에서 나서 ‘이권 카르텔’ 얘기를 꺼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국장 경질과 평가원 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육부 손질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도 이 장관은 교육부가 사교육을 방치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전 정부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한다는 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오래 있어왔음에도, 교육부가 이를 해결 못 해 방치한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 특히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하셨음에도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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