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0일 화요일

‘왜 지금인가’ 수능 150일 앞두고 교육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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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내 출제?'.. '암기형 학력고사냐'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수능을 150일 앞둔 시점에서 잇따라 터지는 돌발발언과 평가원장 사임 등 매머드급 이슈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졌다. 15일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와 16일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경질, 19일 ‘킬러 문항 출제 배제’와 평가원장의 사임까지 이 모든일은 일주일이 채 안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특히 당장 9월모평부터 출제기조가 바뀔 것으로 보이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시점이다. 수시 원서접수 3개월 전, 수능 5개월 전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향에 직접 개입한데 이어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퇴까지 올해 수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교육 감소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 여기에 교육부 대입 국장 경질부터 평가원 감사까지 전 정권 지우기식 행보는 그렇다고 쳐도 6월 모평이후 라는 시점에서 급작스러운 몰아치기를 수험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수험생들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9월모평부터 출제 기조가 바뀔 것으로 언급함에 따라 혼란은 가중됐다. 수능 가늠좌인 6월 9월 모평 중 6월모평은 신뢰성을 잃었고 수험생은 9월모평만으로 수능을 가늠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 특히 9월모평 점수는 수시 원서접수를 마친 후 공개되는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지며 엎친데 덮친격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수능 킬러문항 배제는 이미 3개월 전부터 예고했던 내용'이라며 돌발지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에겐 전달한 내용일지 몰라도 수요자들에게는 수시 원서접수 3개월을 앞두고 들려온 소식이었던 셈이다.

 

당장 9월모평부터 '킬러문항 배제' 등 출제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평가원장 사퇴부터 수능 손질까지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캡처
당장 9월모평부터 '킬러문항 배제' 등 출제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평가원장 사퇴부터 수능 손질까지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캡처

 

<수능 D-150일, 수능 가늠좌는 9월모평 1개.. '6월모평 신뢰 어려워'>
15일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와 16일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경질, 19일 ‘킬러 문항 출제 배제’와 평가원장의 사임까지.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점에 ‘매머드급’ 발언과 사건들이 터지자 수요자들의 혼란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모든 일은 수능을 150일 앞두고 이뤄진 일이다. 수험생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수험생인데 정부는 지금 그것을 건드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수능 난이도를 가늠하는 평가원 모의고사마저 9월모평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평가원 모의고사는 그해 수험생들의 실력을 진단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6월과 9월에 실시하는데,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치러지는 모의고사는 9월 단 한 번이라 올해 수능 출제 방향성을 짐작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9월모평부터 변경된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치러진 6월모평의 결과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당장 6월 모의평가 결과를 입시 전략에 쓸 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9월모평에 수정된 기조가 반영된다 해도 수시 원서 접수는 9월모평 점수 발표 전에 끝난다”며 “당장 어제까지 공부한 내용을 폐기하고 기존 킬러 문항과 다른 유형의 변별력 있는 문제 대비, 수시와 정시 입시 전략 수정 등 그야말로 판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임 모 학생(18)은 “6월모평은 이미 끝났는데 갑자기 킬러문항 배제 등 출제경향이 바뀌려 하니 지금이라도 준킬러문항을 대비하는 식으로 공부방법을 바꿔야하나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혼란에 빠진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컨설팅을 알아보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조정은 올해 입시를 마친 이후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적어도 이런 발표는 수능이 끝난 뒤에 해야 했다”며 “당초 3월 학기가 시작될 때 방향을 제시했거나 수능 직후 나온 결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 이러한 지시를 내렸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며 시점을 지적했다. 이어 “수험생 불안함을 줄이려면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특별 브리핑을 해야 한다. 각 문항 별로 등급별 정답률 등을 공개하고, 잘못된 킬러 문항이 있다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려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자에겐 수시 원서접수 3개월 전 예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20일 "이미 3개월 전 예고했던 내용"이라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언급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전혀 아니었다"며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수능 시행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했으며 평가원도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모평에서 킬러문항이 등장하자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것.

문제는 수요자들에게는 ‘갑툭튀’ 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교육부와 평가원에게 꾸준히 ‘킬러 문항 배제’를 요구했어도 해당 내용이 수요자의 귀에 들린 것은 수능150일을 앞둔 갑작스러운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입 4년 예고제’를 무시한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제34조 5항)은 "교육부장관은 시험의 기본 방향, 과목, 형식 등을 4년 전에 공표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수시로 바뀌는 대입전형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대통령의 돌출 행보는 이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메가스터디교육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4년 예고제'가 있지 않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능이 되어야 피해를 보는 수험생들이 사라진다. 이렇게 한꺼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내 출제 암기형 ‘학력고사’.. SAT등 논리력 기반의 수능과 구분해야>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능의 공교육 내 출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논리력을 평가하는 수능과는 어긋나는 처사라고 분석한다. 이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교과서 내에서 출제해라’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검정교과서 가이드라인에 맞는 수준으로 지문을 새로 만들어서 내는 것이 지금의 시스템이고 ‘수학능력’ 시험에는 이게 맞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지문을 교과서에 있는 것 그대로 낸다고 했을 때, 예를 들어 국어나 영어는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검정교과서일텐데, A교과서에 난 지문을 써야하는지 B교과서에 난 지문을 써야하는지는 누가 정하나”라며 “수능에 A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부각되어서 나오면 그건 말 그대로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교과서 내 출제 얘기는 '학력고사'시절  얘기라고 지적한다. 정해진 교과서 내에서 암기한 내용 중심으로 출제되던 방식이다.  하지만 1994년부터 도입된 한국의 수능은 미국의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체제를 따온 적성검사에 가깝다. 교과서가 다양해진 시대에 사고력과 언어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과서 밖 출제가 불가피한 셈이다. 한 전문가는 "한 교과서에서만  암기형 시험을 낸다는 얘기는 학력고사얘기다. 하지만 수능은 절반은 EBS 교재에서 나오고 그 밖에 비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지문 등은 타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검정교과서가 여러개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학력고사 프레임으로 수능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고 지적했다.

<산적한 구조적 문제 ’수능 개편 능사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능 손질만으로 역대 최대 사교육비가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수능을 직접 겨냥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 역시 ”현 입시제도의 근본 문제는 서열화된 상대평가 선발구도이기 때문에 이런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고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교육 확대 주 원인으로는 정시 확대가 꼽힌다. 여기에 수학한 줄 세우기의 통합형 수능 폐해와 날로 커진 의대열풍이 한 몫 했다. 게다가 2028대입개편을 현재 수능 중심으로 끌고 갈 듯이 현상 유지론을 편 이주호장관의 그릇된 신호까지 더해져 사상 최대 사교육을 만들었다.

특히 구조적 문제로 인한 또 다른 사교육 증가 우려도 더해진다. 수험생이 수능을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모의고사는 9월모평 한 개뿐이지만 이마저도 활용이 어려워졌기 때문. 9월모평 성적표 통지는 10월5일이지만 올해 수시 원서접수는 9월11일부터 15일사이 진행된다. 수험생들은 9월모평 원점수만 가지고 수능최저 충족 여부를 따져 보고 대입 전략을 세워 원서접수를 해야 하는 셈이다. 어려운 상황 속 정보 수집이 필요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결국 사교육 컨설팅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정부에서 당장 9월모평부터 킬러문항 출제 배제를 지시하면서 9월모평과 수능 출제 경향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감 커진 수요자들은 또 다시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셈이다.

수능 직후 대학별고사가 이어지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은 단순히 수능 가채점을 토대로 대학별고사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잘나온 경우 일명 ‘수시 납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별고사에 불참하는 등의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성적이 나오지 않고 단순 추측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을 비롯해 당정 모두 수능 개편으로 사교육을 잡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변별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용두사미식 접근 때문에 전체 수험생에 대한 혼란만 키울 것으로 본다"며 “현재 너무 비대해진 정시를 줄인다는 신호를 2028대입개편을 통해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고3뿐 아니라 초등학생 유치원까지 반응하는 전체 수요자들을 겨냥한 제대로 된 사교육 대책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베리타스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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