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형 장관 "지역인재확대 추진"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조규형 복지부장관이 의대 지역인재 선발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대전체 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40%로 지정된 지역인재 선발비율을 확대한다는건 전국 39개 의대 가운데 26개 지방의대 정원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으로 충원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역인재 비율 확대 방안은 이르면 2025 대입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025대입에서 의대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와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2025 의대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 장관은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 고교 졸업생 40% 이상 선발이 의무인데 이 비율을 높여볼까 한다"며 "전공의가 비수도권으로 가는 비율이 40%인데 이를 50대 50으로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은 수도권 내 일명 빅5병원의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체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비수도권에서 전문의들이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려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교육부까지 세 당사자는 필요한 의료인력 수급을 추계한 뒤 의대 정원 재조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의대 40개교 중 17개교는 정원이 50명 미만이라 어느 정도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역 간 의료 편중을 고려해 지역의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여론을 잘 수렴하고 교육부와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2025 지역인재 선발비율 확대되나.. 40%에서 확대 추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의무선발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지역간, 과목간 불균형이 심각한 게 사실"이라며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고교 졸업생 40% 이상 선발이 의무인데 이 비율을 높여볼까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같은 방안은 수도권 의대로 의료인재가 과도하게 쏠리면서 비수도권 의료현장에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데서 나왔다. 지역인재전형이 의무화되기 전인 2020학년~2022학년의 3년간 의학계열 중도탈락 현황을 살펴보면 의대 중도탈락자 10명 중 7명이 지방권 의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서울권 의대의 3년간 탈락률은 20.7%(116명), 수도권 5.2%(29명)이지만 지방권은 74.2%(416명)를 기록했다. 의대에서도 서울권과 지방권 양극화가 발생해 상위권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재수/반수 등 재도전 양상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이에 의료 인재 부족 등 지방 의료 현실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 학생만 지원 가능한 전형으로 ‘지방대 육성법’ 제15조에 따라 실시하는 제도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비수도권 지역 우수인재의 이탈 현상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2023학년 대입부터 수의대를 제외하고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는 지역인재 선발 규모를 최대 40%까지 의무적으로 확대했다. 단, 강원과 제주는 예외적으로 20%까지 지역인재를 선발한다. 기존에도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했지만 대학별로 비율이 20~30%에 불과하고 선발도 권고사항으로만 적용돼 이 비율을 최대 40%까지 확대하고 의무선발로 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의료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권 의대를 노리는 학생들이 '보험용'으로 지방권 의대에 진학한 후 다시 서울권 의대로 중도이탈하거나, 의대 졸업 이후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8학년에는 지원자격도 강화되는 만큼 실효성을 한 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에서 ‘비수도권 중/고교 졸업과 거주학생’으로 변경해 비수도권 중/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해야 함은 물론, 본인/부모 모두 해당 지역 거주자여야 지원자격을 충족할 수 있다.
실제 지방권 학생의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의대 합격률은 압도적이다.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개 지거국으로부터 받은 의대 2022수시 합격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학생보다 지방권 학생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의대 합격생 중 지방 출신 학생은 77.8% 규모로 가장 많다. 반면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 출신 학생은 20.42%로 큰 격차를 보인다. 서울 출신 합격생만 따로 놓고 보면 8.1%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서울대 의대 수시최초 합격자 중 서울 출신이 35%인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2024대입에서 전국 39개 의대 가운데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26개교로 총1030명을 모집한다. 지난해 972명보다 74명 확대됐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수시/정시 합산 모집인원 많은 순으로, 부산대 100명, 전남대 94명, 전북대 89명, 조선대 75명, 경북대 54명, 경상국립대 54명, 충남대 49명, 원광대 45명, 동아대 44명, 인제대 43명, 순천향대 41명, 영남대 40명, 고신대 38명, 계명대 36명, 을지대 25명, 건양대 22명, 대구가톨릭대 22명, 동국대(WISE) 22명, 연세대(미래) 20명, 제주대 20명, 충북대 20명, 건국대(글로컬) 18명, 한림대 18명, 울산대 16명, 강원대 15명, 가톨릭관동대 10명 순이다.
<‘확대’ 가닥 잡힌 2025의대 정원.. 복지부장관 "협의중">
2025 대입에서는 의대정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8일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협은 필수의료와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 인력 재배치와 확충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측은 △과학적 기반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 △확충된 의사인력에 대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유입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의견을 돌린 데엔 필수의료 붕괴 위기와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데 있다. 5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인프라를 확충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통해 의사가 없는 지역이나 과목에 의사가 스스로 가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필수의료 분야 인력 공백 문제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해 적극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의대 정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부총리로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며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의협은 여전히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열린 제11 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인턴이 전공 과목 선택 시 필수의료, 산부인과, 소아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확충된 인력이 지역 의료 및 필수 의료로 고스란히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담보돼야 만 생산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복지부는 의대 증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주체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훈 복지부 의료정책관은 “의대 증원 등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 교육 및 국가 산업 발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 때 좀 더 폭넓은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다양한 주체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의료 인력 양성과 재배치, 수가 구조 개편, 지역 근무 활성화 방안 마련 방안 등 종합적 정책 패키지를 준비해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베리타스알파>